(가변크기 웹, 아두이노, PC, 시프터 컨트롤러, 2019)

2018년 9월 15일. 오픈소스 커뮤니티 리눅스 커널의 커미터(기여자)들 메일링에 ‘code of conflict’에 관한 내용이 업데이트 되었다는 메일이 도착한다.

As a reviewer of code, please strive to keep things civil and focused on the technical issues involved. - 사람을 비난 하는 것이 아닌 그 코드 자체를 비판한다.

이 문구는 치열한 토론을 불러 일으켰다. 이 문구 이전까지는 상대가 누구인지 신경을 쓸 필요 없이 코드에 집중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상대가 백인인지 아닌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장애를 가졌는지 아닌지를 더욱 신경쓰게 되어 코드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문구가 페미니즘+LGBT 진영으로부터 촉발되었다는 주장이나오면서 메인테이너들의 기여철회의사가 나왔고 현재는 ‘code of conduct’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인종, 환경의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존중하자.’는 내용으로 교체되었다. 그럼에도 교체된 내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이 생태계에 속하는 당사자이며 소수자로서 한편으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으나 그 안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움직임을 기록하여 이 흐름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국에서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여성운동과 활동의 흐름들이 활발해져 커뮤니티 뿐만이 아닌 IT업계 전체로 확장되어 새로운 사내문화로서 code of conduct(행동강령)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리적인 가치만이 아닌 다양성을 획득하여 생산성 향상까지 자연스럽게 그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물론 그 과정과 시도들이 쉬운 것들이 아니었고 지난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각 분야의 사람들은 부단한 노력과 통찰을 거쳐 각자의 커뮤니티 혹은 소속 회사에 알맞은 행동강령들을 만들고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윤리적인 가치는 절대적인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행동강령은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기도 하며 우리의 행동도 발언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하나의 완벽한 행동강령을 제시하기 보다 행동강령을 통해 우리 모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최종적인 목표를 환기해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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