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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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이렇게 생긴 마크를 웹사이트 하단 어딘가에서 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마크가 있는 웹사이트는 시각장애인이 사이트를 쉽게 탐색 할 수 있도록 HTML의 문서 구조가 잘 짜여있다는 것을 국가에서 인증받았다는 뜻입니다. 이를 ‘웹 접근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이트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또는 개발과정이 너무 길어진다는 이유로 ‘부차적인’ 작업이 되어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사이트가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쉽게 밀려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표의 캡션 항목이 이런 취급을 자주 받습니다. 정안인은 표의 행과 열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캡션이 생략되어도 어느 정도 내용을 유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스크린 리더가 첫 번째 행 첫 번째 열부터 그 내용을 하나씩 다 읽어주기 때문에 모든 행과 열을 스크린 리더가 다 읽어주기 전까진 표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표의 캡션을 HTML에 작성해서 넣어두지만 보통 글자 크기를 0으로 하거나 들여쓰기를 -값으로 부여해서 문서 밖으로 쫓아내 버려 정안인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처리합니다. 이런 처리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이 행위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지우는 행위라고 느꼈습니다. ‘캡션이 좀 보이면 어때서?’ 하고 말이죠.

이 전시 사이트만큼은 시각장애인들이 듣는 화면과 정안인이 보는 화면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안인에게 편리하도록 지워진 HTML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 있고, 이미지 위주, 설명 텍스트를 감추도록 개발된 화려한 웹은 접근성과는 멀어집니다. 이 웹사이트는 오히려 정안인에게 매력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지우고, 접근성에 치우치게 개발되었습니다. 따라서 정안인들에게는 불편한, 예를 들면, 메뉴와 메뉴 사이를 이동할 때 시각 보조도구가 작동하는 방식을 흉내내 조금 불편하게 돌아가서 봐야만 하는 웹이 되었습니다. 보기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고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웹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사용할 때,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웹을 탐색하는 어떤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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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페이지